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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재석 원장 |
최근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상승하면서 해외에 체류하던 재외동포들의 모국 방문 규모 또한 증가하고 있다. 멋지게 살기 좋은 나라로 발전한 자랑스러운 모국에 머물면서 취업, 투자 등의 경제활동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 평안한 여생을 보내고자 하는 동포들이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 통계는 2024년 10월 말 기준 국내 체류하는 재외동포가 86만 여명 정도라고 밝히고 있지만 국적회복이나 복수국적 등의 경로를 통해 이미 모국에서 새로운 삶의 둥지를 튼 재외동포들까지 포함하면 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생 고령화로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으로서는 풍부한 자본과 노동력을 겸비한 동포들의 모국 귀환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이미 우리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서구의 OECD 국가들도 경제쇠퇴와 인구위기에 대응하여 재외동포의 모국 귀환권을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등 동포의 국내 유인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 정부도 국내외 재외동포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작년에 동포정책 컨트롤 타워로서 재외동포청을 신설하였다. 특히 재외동포기본법 제정을 통해 모국에 귀환 체류하는 재외동포의 안정적인 체류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였다.
그런데 재외동포청 설립 1년을 넘기면서 국내 체류 동포정책의 큰 변화를 기대하던 동포사회는 정부의 느린 걸음에 답답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 12월 6일 재외동포청이 개최한 ‘2024 국내 동포 정책에 대한 정부·학계·시민단체와의 대화’를 주제로 한 학술포럼은 진전이 없는 국내 동포 정책의 원인을 짐작할 수 있는 자리였다. 국내 동포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논의된 자리에서는 그간 동포사회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모국 귀환 재외동포의 복수국적 허용연령 하향 문제와 동포의 거주국에 따른 모국 체류 비자의 차별적 부여의 철폐 필요성이 논의되었다. 왕성한 경제활동을 이미 접은 65세 이상의 고령 동포에게만 허용된 현행 복수국적 허용 제도의 실효성과 동포들의 거주국에 따라 차별적으로 허용되는 비자와 취업정책이 얼마나 국내 동포들의 생활에 큰 고통을 유발하는지 조목조목 논의되었다.
그러나 정작 이들 정책의 전담부서인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모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동포가 아닌 외국인’으로서 엄격하게 체류 관리하고 규제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동포 정책 변화의 전제조건으로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였다. 합의가 이루어지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법무부의 발언은 동포 정책을 사회 변화와 국가발전의 주요 도구가 아닌 현실 유지와 통제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게 한다. 재외동포청이 출범하였지만 아직도 동포정책이 여러 부처로 분산되어 효율적으로 조정되지 못하는 점도 여전히 문제이지만 동포들을 출입국 외국인정책의 프레임 내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이러한 법무부의 정책적 완고함에 참석자들의 적잖은 성토가 이어졌다. 모국 땅에서 동포가 아닌 외국인으로 대우받으며 사회통합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힘겨운 하루를 살아갈 때 동포들의 가슴에 쌓이는 원망과 좌절이 과연 얼마나 한민족공동체 구성과 정체성 확립이라는 국가적 과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냉철한 반성적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